지난 11월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의 날이었다.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은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지역을 지역사회와 함께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1982년 설악산이 제1호로 지정되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생물권보전지역은 국립공원에 비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실상 그 내용면에서는 국립공원 제도보다 우월한 면도 있다.
1872년 미국에서 탄생한 국립공원 제도는 원시 자연생태계와 경관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핵심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국토 면적이 아주 넓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인간의 주거지가 완전히 분리된 나라에서는 효과를 보았다. 반면 국토가 좁고 야생동물과 인간의 서식지가 겹치는 아시아나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에서는 인간의 생활도 보장해야 하므로 규제 중심의 국립공원을 접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1972년 유네스코가 직접 이런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 인간과 생물권 계획(Man And Biosphere program)이다.
설악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이자 제1호 생물권보전지역이다. 6·25전쟁 이전 북한 영토였던 이곳은 설악산전투 승리를 통해 수복된 지역이다. 6·25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국군과 미군의 희생이 있었는가? 이에 설악산사무소는 주한 미8군을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설악산의 대자연과 인근 4개 시·군의 관광명소를 탐방하는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MAB한국위원회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과 신흥사 및 백담사 탐방, 속초시 영랑호수에서 자전거와 승마 체험, 바닷가 걷기와 한국음식 체험을 했고, 인제군에서는 내린천 래프팅, 국화축제 참관, K푸드 만들기 체험, 고성군에서는 통일전망대 방문, 양양군에서는 서핑 체험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였다. 주한미군 병사들은 낯선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외롭고, 향수병, 낯선 문화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맛난 음식, 사찰 문화 체험 등을 통해서 한국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으며, 큰 위안과 힘을 다시 얻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유독 예년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설악산을 찾고 있다. 과거 수년전만 해도 중국, 동남아 단체관광객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유럽쪽에서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 그들은 설악산을 챗GPT나 BBC방송, 친구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 왔으며, 웅장하고 화려한 설악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이렇듯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4개 시·군이 함께 보존해 간다면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방문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생물권보전지역의 발전모델이자 강원도의 국제화 전략과도 연계된다고 본다. 내년에도 설악산의 보전을 위해 관계 시·군의 동참과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