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동의보감에 매우 독하고 벌레를 죽인다고 했고, 중독성이 있어 폐암, 구강암, 식도암은 물론 심장병, 대동맥류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겐 당연한 상식이 됐다. 그리고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만성질환 유발을 낮추고 그로 인한 의료비용과 사회적 손실을 막는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정책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담배와의 전쟁을 치르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와 금연 캠페인을 통해 흡연을 멈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중 ‘담배소송’이 단지 개인흡연자의 싸움이 아닌 국가적 담배규제정책의 중요 수단으로 인식된 지도 이미 20년이 넘었다. 한국이 당사국으로 속해 있는 WHO FCTC(담배규제기본협약) 제19조는 담배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책임을 다루도록 권고하고 있다.
1999년 미국 정부가 필립 모리스 등 9개 거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2006년 배상합의를 이끌어 낸 ‘케슬러 판결’은 담배회사가 흡연자를 기만하고 니코틴 중독을 조절해온 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이러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도록 법원 명령을 내림으로써 담배소송이 국가가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흡연퇴치 캠페인임을 우리에게 인식시킨 중요한 사례가 됐다.
2014년 4월 한국 정부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 필립모리스 등을 상대로 흡연의 폐해를 은폐한 담배회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흡연관련 질환으로 인한 국가재정 손실의 책임을 묻기 위해 533억원 규모의 담배소송을 제기했을 때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은 이유도 그 결과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파급력은 물론 흡연 규제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나라에 미칠 선한 영향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진행해온 지 10년째다. 아쉽게도 1심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지 6년반 만인 2020년 11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담배회사의 중독성 은폐·축소의 책임도 불분명하다는 요지의 판결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담배회사들은 여전하다. 수십년간 라이트(Light), 마일드(Mild), 로우타르(Low-Tar) 등의 문구로 해롭긴 하나 덜 해로울 수 있다는 식으로 흡연자를 꼬드기더니 이제는 작고 예쁜 포장을 두른 전자담배가 냄새가 적고 순한 맛으로 젊은 층을 유혹한다. 담배의 폐해는 흡연 당사자에만 있지 않다. 간접흡연과 앞으로 흡연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아직 어린 미래세대의 건강에 미칠 영향은 훨씬 클 것이다. 건보공단이 진행하는 담배소송이 승소한다면 이런 흡연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가장 큰 금연캠페인일 뿐 아니라 담배회사가 담배를 열심히 팔수록 늘어나는 잠재적 경제적 손실과 국가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규제가 되어 줄 것이다.
담배소송 승소까지 지금까지 달려온 10년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더 멀리 달려야 할지는 모르지만, 함께 달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응원할수록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은 계속 올라가게 될 것이다. 담배 소송에 대한 학계, 언론,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