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가 가을의 대명사인 한가위마저 한여름으로 밀어넣었다. 춘천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9월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계절을 잊은 무더위가 추석 연휴 내내 이어졌다. 연휴기간 중 30도를 웃돌 것이라는 예보가 빗나가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때 아닌 무더위'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8일 춘천의 오전 6시 기준 최저기온은 25.1도를 기록, 1966년 열대야 관측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9월 열대야를 보였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원주에서는 이날 아침 기온이 25.4도를 기록, 지난 14일과 16일에 이어 이달들어 무려 세 번째 열대야가 관측됐다.
때아닌 무더위에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이모(30)씨는 "연휴 내내 너무 더워서 고향 강릉을 갈 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갔는데, 올 때까지 더위가 이어져서 계속 에어컨을 켜놓고 있었다"며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춘천에서 서울로 향한 남모(32)씨는 "에어컨을 틀고 지낸 추석연휴는 난생 처음"이라며 "아열대 기후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강원지방기상청 관측 기준 이날 낮 원주 문막은 34.8도까지 올랐고, 춘천 신북은 34.4도, 홍천 팔봉은 34.3도를 기록했다. 화천 사내면까지 34.2도를 보이는 등 영서 북부에서도 강한 햇볕과 고온이 계속됐다. 춘천은 33도, 강릉은 29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았다.
더위는 19일까지 이어진 뒤 비가 내리면서 다소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19일 원주 32도, 춘천 31도 등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강릉도 30도로 예측했다. 영서 전역에는 최대 60㎜의 비가 내리겠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수분과 염분 충분히 섭취하고 야외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