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는 송이의 고장 양양에서도 송이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올해 사상 최악의 송이 흉작으로 양양송이의 씨가 말랐다. 지역의 송이 농가들은 추석 전 대목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며 근심을 보이고 있다.
12일 양양시장 등에서 만난 송이 판매 상인들은 “이러다 올해 양양송이를 구경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에는 추석을 앞둔 9월10일 전후로 양양속초산림조합 송이공판이 열리고 송이 판매장에는 진열대에 송이들이 가득했지만 올해는 송이 공판은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송이 판매점의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다.
30년 넘게 양양송이를 판매하고 있는 이태우 양양임업 대표는 “송이 관련 일을 시작하고 이렇게 송이 씨가 마른 적은 없었다”며 “추석 대목은 커녕 추석 이후라도 물량이 나와 공판이 열리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걱정했다.
송이 판매점에는 추석을 앞두고 송이를 주문하기 위한 문의 전화가 잇따랐지만 상인들은 “물량 자체가 없다”고 설명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마다 송이를 팔아 50~60억원의 수입을 올리던 양양지역 400여 송이채취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주말·휴일까지 양양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어 송이 생산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전국에서 송이가 가장 빨리 생산되는 인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이와 함께 인기가 높은 능이버섯도 찾기 힘들다. 인제군 산림조합 관계자들은 공판을 열어도 송이 품질이 빈약하면 공판이 무의미하고, 적어도 10㎏ 이상은 송이가 들어와야 공판을 할 수 있어 추석 전 공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송이가 사라진 이유는 버섯 생육에 필요한 강수량이 적고 생육에 지장을 주는 더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양양지역에는 431㎜의 비가 왔지만 올해 강수량은 35.5㎜에 그쳤다. 이에 비해 평균 기온은 2도 이상 높았다.
양양군 문화재단 관계자는 “다음 달 3∼6일 양양송이연어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송이가 나지 않아 아쉽다”며 “송이 체험 등 관련 프로그램을 줄이고 공연이나 생태, 양양을 알리는 내용으로 축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