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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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철원평야는 온통 황금빛이다. 벼에 맺힌 누런 이삭은 무거운 고개를 숙이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수확된 철원오대쌀은 추석 명절을 맞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잦은 비와 폭염이 반복됐지만 철원 쌀 생산량은 예년과 비슷한 6만5,000여톤이 수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쌀 농민들은 황금빛 벌판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지만 추석 이후 계속될 저조한 쌀 판매와 쌀값 하락 걱정에 그 기쁨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한국인들의 주식이던 쌀이 외면받는 현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0년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00㎏을 넘어섰고 1970년대는 130㎏을 오르내리는 등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132.4㎏을 기록한 1980년을 기점으로 쌀 소비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고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8년 61㎏, 2022년 56.7㎏까지 줄었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하루 쌀의 양은 식품기업이 출시해 판매중인 작은 즉석밥 크기인 150g 정도에 머물고 있다. '밥을 먹는다'라는 말은 곧 '흰 쌀밥에 여러 반찬과 국물 요리를 곁들여 먹는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우리네 사고방식도 이젠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70만톤, 남은 쌀은 9만톤에 달했다. 그나마도 쌀 생산지역 지자체의 도움과 지원, 쌀 수매기관의 판매 노력이 없었다면 더 많은 재고쌀이 남았을터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듯 보이는 쌀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들이 주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1970년대 후반 증산 목적의 통일쌀을 통해 드디어 흰 쌀밥의 자급자족을 이뤘지만 1980년에는 냉해 등 자연재해로 전국적인 쌀 흉년이 들었다. 전년 대비 쌀 생산량은 30% 이상 줄었고 먹을 쌀이 부족해지자 당시 정부는 미국 등에서 200만톤 이상의 쌀을 비싼 값에 수입해야 했다. 또 2020년에는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리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모드에 돌입하자 전 세계적으로 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에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가들이 자국 곡물의 수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사례도 있다. 쌀·밀과 같은 식량자원은 당장 구할 수도 없고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비싼 값을 치르겠다고 하더라도 곡물생산국이 수출을 하지 않는다면 구할 수가 없다. 지금은 남아도는 쌀이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기후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쌀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쌀 80%, 보리쌀 30% 등을 제외하고는 처참한 수준이다. 밀과 옥수수의 경우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콩과 같은 두류는 겨우 6% 안팎의 자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식량안보와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쌀의 과잉 생산을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주요 기타 작물의 재배 확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쌀의 고장으로 알려진 철원군도 지역 농협과 발맞춰 2024년 햅쌀 판매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강원특별자치도민회관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통해 철원오대쌀을 홍보하고 철원지역 쌀 생산량 감축 및 타작물 재배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하는 등 철원쌀 산업 지키기에 분주하다. 철원쌀의 70%가량을 수매하는 지역 내 4개 농협도 수년 전부터 통합RPC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등 쌀 산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지역사회의 노력에 발맞춰 현장 중심의 농정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해 농민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고품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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