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입니다.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하는 경우, 임대인은 실거주 계획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 등의 사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그 증명책임에 관하여 대법원이 2023. 12. 7. 법 개정 후 3년만에 중요한 판례를 내놓았습니다.(2022다279795)
■사건의 개요=임차인의 전세 계약 갱신청구에 관하여 임대인 측은 실거주의사를 밝히고 갱신을 거절하였는데, 2심 판결에서는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에서는 갱신거절 사유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증명책임이 있다고 하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관련 법률=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몇가지 거절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에 임대인과 그 직계 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이렇게 규정한 취지는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임대인에게 거부권을 부여해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대법원의 판단=“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는 임대인이 증명해야합니다. 단순히 의사를 표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장래에 대한 내심의 계획이라는 특성 상 실거주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 수긍할 정도의 사정이 증명된다면 실거주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임대인의 주거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 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의사와 배치 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 할 수 있습니다.
판례에 나온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①직접 거주하겠다고 주장하다가 노부모를 모시겠다고 말을 바꾼 점, ②노부모의 통원 치료를 위하여 실거주하겠다고 주장하나 1년에 대여섯차례 진료받은 것으로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 ③임대인이 인근에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처분하고 입주하겠다고 하고도 처분하지 않고 있는 점, ④자녀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데 전학이나 이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점, ⑤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인테리어 견적서를 제출했는데 노부모가 거주할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점 등이 있습니다. 임대인이 제출한 사유만으로는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정리=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거부하려면 그 정당한 사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 정도는 통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한다면 정당한 거절 사유가 추인됩니다만, 단순히 거절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순 없이 이사 목적을 주장하고 실제로 이사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나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하여 일관성 있게 주장 및 증명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