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연안 바다는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 교란으로 동해안 대표 어종들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 올해에는 대형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량으로 발생해 어업인들의 시름이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출현이 잦은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그물 찢김을 유발하고, 조업 중 선원들이 해파리에 쏘여 조업이 중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또한 먼 바다에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동해안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가 거의 잡히고 있지 않다.
올 8월 초에는 인근 해역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러시아 해역에 입어해 오징어 조업을 시작했으나 이곳마저 높은 수온과 중국 어선의 불법 남획으로 인해 오징어 자원이 크게 감소하면서 러시아 입어료와 출어 비용만 날린 채 조업을 포기하고 모두 남하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추석 명절이 다가올 때 쯤이면 집집마다 오징어 가 빼곡히 널려 있었다. 추석 때 아들딸이 오면 각종 해산물과 함께 오징어를 한 보따리씩 싸 들려 보내곤 했다. 이제는 그러한 풍경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러시아 수역에서 남하한 선박들은 동해안에도 오징어가 없어 울릉도 인근 해역에 닻을 내려 놓고 수온이 떨어질 때만 기다리며 바다에 떠 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선박들은 10월이면 아마도 밀복 조업에 나설 것이다. 오징어가 없으니 밀복이라도 잡아 선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유류비와 경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오징어잡이 선박들이 전체적으로 오징어 대신 복어 어획으로 돌아서다 보니 그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릉시수협은 전년도에 비축해 놓은 복어 물량이 아직도 약 40톤가량이 남아 있다. 현재는 무료 시식 행사와 복어 밀키트 제품, 복어탕수육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 단계에 와 있지만, 앞으로 어획되는 물량을 다 소화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는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등 정부 비축사업으로 복어 수매를 건의해 왔지만 어종이 대중적이지 않고, 밀복은 독성이 없음에도 독성이 있는 음식으로 오인하며 항상 비축이 어렵다고 답변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동해안 어업인들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해안 대표 어종의 어획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업인들을 위해 각계각처의 모든 분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며 뚜렷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