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민생을 못챙기는 정치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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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힘들어
국가 채무와 가계 빚 3,000조 넘어
아파트 값 상승 멀어지는 내집 마련

실학의 선구자 다산 정약용은 “백성이 곤궁해지고 나라 또한 가난해지면 세금이 가혹해져 결국 민심은 이탈하고 천명(天命)이 떠나 버린다”고 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민심은 급격히 돌아선다. 누가 정치를 하든 상관없다. 서민들은 잘 먹고 잘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삶의 질은 국민의 행복지수가 달라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나아진다면 민심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생계가 어려워지면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도 허상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여야가 외치는 개혁도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때때로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국민들에게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민생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탓이다.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1998년 IMF 외환위기(108.6%)는 물론이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99.6%) 때보다 힘들다고 난리다. 자영업자와 건설사 등이 줄폐업을 하고 있다.

전세살이는 갈수록 팍팍

국가채무(지방정부 제외)와 가계빚(가계신용)이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3,042조원을 기록하며 3,000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에 따른 국채 발행이 증가한 데다 이른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구매) 등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어서다. 집값도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은 올 7월 이후 거래된 아파트 가격이 역대 최고가의 90%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난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집값 급등기였던 2021, 2022년 수준까지 바짝 다가섰다. 도내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 춘천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이 ‘KB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 1~6월 춘천지역 아파트값은 2023년 12월 대비 2.80%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세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올 6월 기준 강원지역 주택 전월세전환율을 6.6%로 판단했다. 이는 2022년 2월 6.5%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로 통상적으로 수치가 낮아지면 전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내수 부진 가속의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다”고 밝혔다. 금리를 내리지 못한 건 집값 급등,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봤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불황에 이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강원지역 가계대출 연체율은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소득감소와 가계부채 상환부담 가중으로 내수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일자리도 문제다.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전국적으로 올해 1분기 20대 일자리가 지난해보다 10만개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폭이 10만개를 웃돈 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건설경기 부진 여파로 고용시장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일자리도 감소했다. 은퇴 이후 빈곤해져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고령층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고령층 취업은 늘어나고 있다. 강원지역의 경우 7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1만1,000명을 기록,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올 7월 기준 도내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2.6% 증가한 28만7,000명으로 집계했다. 이 중 70세 이상의 비중은 38.7%로 고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도내 고령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이 70대인 셈이다.

민생 안정이 최고의 정치

거대 양당이 최근 당 대표를 새로 뽑았다. 국민의힘은 한동훈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대표를 각각 선출했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는 ‘민심·유능·외연 확장, 국민이 명령하신 변화’에 방점을, 이 대표는 ‘민생·민주주의 퇴행에 결연히 맞설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영수회담과 여야 당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양 대표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해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영수회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축하난 전달 과정을 놓고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소모적인 공방을 벌이면서 당장 만남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연기된 여야대표 회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의 속내가 달라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여야 대표 모두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목표만 보일 뿐 민생 성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지금 같은 시절에는 민생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최고의 정치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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