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1월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 어김없이 새해 갑진년(甲辰年)을 불러내었고, 또 갑진년은 쉬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안고 망망대해로 출항하고 있다.
바닷가 어부들이 새벽녘 항구에서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나듯, 우리 역시 연초에 다짐했던 목표들이 12월 끝자락에는 만선의 결실로 항구에 안전하게 도착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와 마음 자세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배려, 긍정, 호의 등의 마음으로 새해를 의미 있게 출발하기를 기원한다. 필자의 경험상,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배려(配慮)’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배려에 관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어 소개한다. 일본의 여류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조그만 점포를 열었는데, 장사가 너무 잘돼 트럭으로 물건을 공급할 정도로 매출이 쑥쑥 올랐다. 그에 반해 옆집 가게는 파리만 날리며 손님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 가게가 너무 잘되고 보니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에요. 이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고, 하늘의 뜻에도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남편은 그런 아내를 자랑스러워했다. 이후 그녀는 가게 규모를 줄이고,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보내주곤 했다. 그 결과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남는 시간을 쪼개어 평소 관심 있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글이 바로 저 유명한 ‘빙점(氷點)’이라는 소설이다.
그녀는 이 소설을 신문에 응모하여 당선되었고 가게에서 번 돈보다 몇 백배 많은 부와 명예를 얻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호의적인 마음이 빚어낸 ‘배려’ 덕분이었을 것이다. 배려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폐지를 싣고가는 어르신의 리어카를 밀어주는 것, 바르게 주차하는 것이나 밀집된 장소에서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도 다 배려인 셈이다.
그래서 배려는 남을 감동시키는 최고의 자산이 된다. 배려는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켜 만족감을 올리고 갈등과 불목을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아무리 직위가 높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배려하지 않고서는 사회에서나 조직에서 존경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남의 유익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 세태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숭고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한 해를 성찰하면서 올해의 사자성어(2023년)를 선택했는데 공교롭게도 ‘견리망의(見利忘義)’로 확정되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다. 견리망의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 대의와 가치가 상실되어 “이익 추구로 가치 상실의 시대가 되고 있다”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오늘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불확실해졌다”라는 지적도 뼈아프기만 하다. 올해는 고물가, 고금리,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민생경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견리망의를 넘을 수 있는 것은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희망찬 배려의 힘으로 올 한 해를 너끈히 넘어 연말에는 도민 모두가 만선의 기쁨으로 만났으면 좋겠다.